차한잔의여유

연휴 막바지. 명절 음식이 슬슬 물리기 시작하고.

손 큰 어머니께서 한가득 장만해 놓으신 음식들이 난감할 즈음.

명절 내내 야속하게 손 놓고 계시던 아버지께서

슬며시 부엌으로 향하시던 뒷모습을 기억합니다.

바로 당신의 특제 잡탕 찌개를 요리하기 위해서였죠.

남은 생선 뼈, 전과 나물들이 뒤엉켜 말 그대로 "잡탕"이었지만

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그 미묘한 감칠맛은 언제나 최고였습니다.

주말과 이어져 유독 연휴 기간이 넉넉한 이번 설날.

마치 숙제하듯 후다닥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기보다는

오랜만에 여유롭게 아버지의 잡탕 찌개를 맛보고 돌아오면 어떨까요?

먼저 "아버지. 저 잡탕 찌개 먹고 싶어요"! 라고

먼저 졸라보는 건 어떨까요?

여러분의 새삼스런운 어리광. 자녀와의 시간이 매번 소중한

뭇 아버지를 위한 작은 선물이 됩니다.

무뚝뚝하고. 표현에 서툰 우리네 아버지의

작은 기쁨입니다.